일본여행 필수코스, 이자카야(선술집)로 떠나는 시간 여행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화려한 관광지와 맛집 리스트도 좋지만, 꼭 한 번은 이자카야(居酒屋, 일본 선술집)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도쿄의 번화가 골목, 오사카의 뒷길, 교토의 오래된 거리에서 붉은 등롱 아래로 스며드는 따뜻한 불빛과 "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오세요)"라는 인사는 여행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이 글은 제가 40대 시절, 혼자 떠났던 일본 여행에서 경험한 이자카야의 이야기를 회상하며 쓴 것이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 밤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당신이 일본으로 떠난다면,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작은 선술집 문을 열어보길 바란다.
제1장: 도쿄 골목에서 시작된 혼자만의 밤
그때가 2013년 가을, 나는 42세였다. 회사에서 받은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 충동적으로 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결혼도 하지 않은 독신이었고, 늘 반복되던 일상에 지쳐 있던 터였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신주쿠(新宿)의 번화가를 걷다 우연히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네온사인과 나무 문 위에 걸린 등롱이 눈에 들어왔다. "居酒屋 山田"라는 간판 아래, 손글씨로 "いらっしゃいませ"가 적혀 있었다. 망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서 오세요!"라는 밝은 목소리가 나를 맞았다.
혼자 여행 중이었던 나는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었다. 호텔 방에서 라멘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관광지를 돌며 사진을 찍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날 밤, 이자카야 야마다에서 나는 처음으로 '여행의 맛'을 느꼈다. 주인 야마다 상(山田さん)이 다가와 물었다. "혼자 오셨나요? 날이 쌀쌀하니 따뜻한 아츠칸(熱燗, 따뜻한 사케) 드릴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제2장: 이자카야란 무엇인가
이자카야는 일본어로 "주류를 파는 집"이란 뜻이다. '이(居)'는 머무르다, '자카야(酒屋)'는 술집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일본인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고,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낯선 이들과도 자연스레 어울리는 공간이다. 서양의 펍과 비슷해 보이지만, 일본 특유의 정서와 음식 문화가 깃들어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나는 따끈한 사케를 한 모금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테이블에는 간단한 메뉴판이 놓여 있었다. '焼き鳥(야키토리, 꼬치구이)', 'おでん(오뎅)', '枝豆(에다마메, 풋콩)' 같은 전통 안주와 함께 'ポテトフライ(감자튀김)' 같은 현대적인 메뉴도 보였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살짝 스며들었지만, 야마다 상이 다가와 "어디서 오셨나요?"라고 묻는 순간, 그 느낌은 사라졌다. "한국에서 왔어요. 혼자 여행 중이라 우연히 들렀습니다." 내 대답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럼 여기서 좋은 추억 만들고 가세요"라고 말했다.
제3장: 이자카야의 역사와 뿌리
이자카야의 뿌리는 에도 시대(1603~1868)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술을 파는 가게에서 손님들이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메이지 시대(1868~1912)에 들어서며 서민들의 사교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나는 그때 야마다 상에게 물었다.
"이 가게는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전쟁 끝난 직후에 시작했으니, 60년은 넘었네요. 저는 3대째예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이곳이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시간과 사람이 쌓인 공간임을 느꼈다. 도쿄의 오래된 골목길, 흔들리는 등롱, 낡은 나무 문은 마치 타임머신 같았다. 한국에서도 오래된 포차나 술집을 좋아했지만, 이자카야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더 따뜻하고, 더 느슨했다.
제4장: 이자카야의 분위기와 사람들
사케 두 잔째를 비울 때쯤, 가게는 북적이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회사원들이 상사 이야기를 하며 웃었고, 구석에서는 커플이 조용히 속삭였다. 카운터에 앉은 중년 남성은 야마다 상과 사케 브랜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나는 혼자였지만, 그 소란 속에서 외롭지 않았다.
이자카야는 시끌벅적하면서도 포근한 공간이다. 나무 인테리어, 낮은 조명, 주방에서 들리는 소리와 안주의 냄새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문득, 한국의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던 밤들과 비교되었다. 이곳에서는 낯선 이들과도 자연스레 대화가 시작되었다. 옆 테이블의 젊은 회사원이 다가와 물었다. "외국에서 오셨나요? 저희랑 한잔 어떠신가요?" 나는 망설이다 잔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건배(乾杯, 캄파이)!"
제5장: 이자카야의 음식과 술
"야마다 상, 오늘 뭐가 맛있을까요?" 내가 묻자, 그는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오늘 생선이 좋아서 '刺身(사시미)' 추천드릴게요. '豚の角煮(돼지고기 찜)'도 잘 됐어요." 나는 둘 다 주문하며 차가운 사케도 추가로 부탁했다.
이자카야 음식은 술과 완벽히 어울린다. 몇 가지 대표 메뉴를 소개하자면:
- 야키토리(焼き鳥): 닭고기나 채소를 꼬챙이에 꿰어 구운 요리.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다.
- 오뎅(おでん): 무, 어묵 등을 육수에 푹 끓인 따뜻한 요리.
- 사시미(刺身): 신선한 생선을 썰어 간장과 와사비에 찍어 먹는다.
- 에다마메(枝豆): 소금에 절인 풋콩으로, 간단하면서도 중독적이다.
술은 이자카야의 핵심이다. 맥주(ビール), 사케(日本酒), 소주(焼酎), 하이볼(ハイボール)이 인기다. 나는 사시미와 차가운 사케를 먹으며 야마다 상과 생선 이야기에 푹 빠졌다. 한국에서도 회를 좋아했지만, 이곳의 맛은 조금 더 섬세했다.
제6장: 혼자만의 여행, 그리고 추억
취기가 돌 무렵, 옆 테이블 회사원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었다. 그들은 내 서툰 일본어를 놀리며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야마다 상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자카야는 사람을 잇는 곳이에요. 혼자 와도 외롭지 않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깊어지며 손님들이 떠났다. 나는 마지막으로 오차즈케(お茶漬け)를 주문해 배를 채웠다. 문을 나서며 골목길의 쌀쌀한 바람을 맞았다. "여행이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구나." 그날 밤, 나는 이자카야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사람과 추억이 얽힌 곳임을 깨달았다.
에필로그: 당신만의 이자카야를 찾아서
10년이 지난 지금, 50대가 된 나는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 짓는다. 일본 여행을 간다면, 신주쿠, 시부야(渋谷), 도톤보리(道頓堀), 기온(祇園)에서 이자카야를 찾아보길. 체인점도 좋지만, 작은 골목의 오래된 가게가 더 특별하다. "おすすめ(오스스메)"를 물어보면 친절히 추천해줄 것이다.
당시 나는 3,000엔으로 사케와 안주를 즐겼다.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열리는 곳이 많으니, 늦은 밤에도 부담 없이 들러보자. 이자카야에서 보낸 그 밤은, 혼자였던 나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당신도 그 문을 열고 "いらっしゃいませ"를 들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 보길 바란다.
추가 팁
- 예산: 1인당 2,000~4,000엔이면 충분.
- 예절: 큰 소리로 떠들지 말고, 조용히 즐기자.
- 언어: 간단한 일본어(예: "おいしいです", 맛있어요)만 알아도 대화가 훨씬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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